13. 숙소 14. 담배 [ 여행이야기 같지만 아닙니다 ]
13. 숙소
한창 일본에서 2주간 머무를 때의 일이다.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일본의 소도시에 머물렀다 다른 도시로 떠나기를 반복 했고 그렇게 8개의 도시를 여행했다. 군대를 막 전역하고 간 여행이라 그렇게 많은 돈을 갖고 가진 않았다.
히로시마에서 사창가로 둘러싸인 작은 비즈니스호텔에 머물 때였다. 그러지 않아도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이곳 같은 곳이라 길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 구글맵을 이용했지만 핸드폰 방향감각이 먹통이었다. ) 그 당시에는 그곳이 사창가인지 몰랐으나 타지에온 이방인이다. 이 나라에 돈을 쓰러온 환영받아 마땅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게 가슴을 펴고 어딘가로 떠나려고 당당한 걸음을 몇 보 움직였을 때 눈 옆으로 팟하고 무언가를 지나침을 느꼈다. 사실 지나칠 때는 몰랐지만 뒤에서 내뿜는 이상한 기운을 안 느낄 수가 없었다. 뒤돌아 봤을 때 상대와 엇갈리길 기대했지만 상대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작은 틈새에 목욕탕의자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봤다. 그 작지만 주름으로 가득 찬 손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고 흔들 때마다 나는 일부러 웃음을 지었다. 경직된 웃음이 그녀에게 애송이 라고 비춰졌을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불쾌한 내 감정을 바로 드러낼 수 없었다.
그 와 반대로 시모노세키와 돗토리에 머물 때는 호텔에 달린 온천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약간 미개했다. 들어가기 전에 비누거품과 샴푸로 몸을 완전 깨끗이 씻고 들어가는 것이 이곳의 문화인지 몰라서 내가 실수를 했다. 한국에서처럼 샤워기로 몸의 노폐물을 1차적으로만 제거하고 들어갔던 것이다. 욕탕에는 나 혼자 뿐이어서 타인을 힐끗 구경할 수 있었는데, 돗토리와 시모노세키에서는 혼자 이용하게끔 나를 배려해준 건지 그들은 거품목욕까지 끝마치고서야 내가 있는 탕을 힐끗 봤다. 나도 어느 정도 눈치로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그들의 거품목욕이 끝나기 전에 미리 나왔었는데, 그건 잘한 것 같다.
누가 그랬다. 여행가서 슬리퍼 질질 끌고나가서 한국망신 시키지 말라고. 넓게 보면 한국망신 시키는 일은 굉장히 많았는데 나는 그것을 몰랐고 여행가기전에 최대한 그 나라의 매너를 알아보고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도 어디선가에서 서툴겠지만.
여행이야기는 종종 쓰고 싶다. 꽤 긴 시간이었고 의외로 다시 생각할 때 얻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써야겠다.
14. 담배.
남자인생의 평생친구라 할 수 있는 담배는 어째선지 친해지지 말라고 어려서부터 배운다. 아주 어려서는 이유가 없이 피지 말라하며 술과 같이 금기시된다. 나이에 상관없이 비흡연자에게는 권유하지 않는다. 많은 이유가 있어서겠지. 남에게 최대한 신경 끄고 살아가면서 폐를 주지 않는 게 내 신념이다. 하지만 피지 말라고 내게 말하는 것은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 필 생각도 없었던 것을 괜히 내 삶에 간섭하여 참견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청순한 여자와 잠자리를 갖도록 하는 주의다. 그러던 그녀들이 일을 마치고 담배를 입에 물때면 당장에라도 짐 싸서 방을 나오고 싶게끔 한다. 어려보이는 피부와는 별개로 담배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듯하다. 여태껏 같이 시간을 보내왔던 여자들은 어디가면 동안이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모두 흡연자였다. 그 중에 한명은 하루에 두 갑이나 피는 골초였다. 더욱이 문제는 담배 한 갑에 4500원이라는 것인데, 그녀는 노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자였다.
언제는 배우지 못한 사람이 담배를 피는 것 일까 생각한 적이 있지만, 많은 강연을 다니며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도 상당수가 피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가 싶다.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헬스장에서 20대의 인생 1/3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만. 운동 후 흡연부스에서 나오는 모습은 뭔가 모순적인 것 같다. 자기관리는 그저 아름다운 형태의 몸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기가 막히게 30대가 시작하면서 암 때문에 병원에 드러누울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담배에 관심은 없지만 멋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여의도에서 멋진 지프차를 몰고 가는 여성을 봤을 때 그랬던 것 같다. 밖으로 알 수 없는 락노래가 흘러나왔는데, 마치 미국을 횡단하는 모습이었다. 초록색 반팔 티에 터프하게 뒤로 묶은 머리, 그리고 왠지 땀이 베어 있을 것 같은 좌석 시트. 순간 이상형이 바뀌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