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두편, 시간 그리고 죄
5. 시간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그 남자친구에게 ‘ 남자정리 좀 해줘 ’ 라고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정리당한 사람이 바로 나다. 처음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시간이 흘러서야 슬픈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가슴은 성난 채로 괜히 억울하다. 정리당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하리라.
그녀가 남자친구에게 헌신적인 모습을 하는 것이 원망스럽다. 그러면서도 그녀답다. 그게 나였으면 했다.
그녀와 연락하느라 많은 친구들에게 소홀했다. 모든 건 업보라며 친구들이랑 하던 것도 이제는 혼자서 한다. 맛 집에 줄서서 기다리며 무슨 음식을 먹을까 생각을 하고, 다음은 근처 유명한 카페에 허니 브레드를 먹으러 갈 예정을 짠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내 성난 가슴은 어느 샌가 달달한 음식이나 내놓으라며 소리친다. 와플과 밀크티 그리고 팥빙수를 먹는 일이 많아졌다. 손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다카키 어쩌고 책을 들고 있는다. 나랑 대화할 사람이 없다면 언제나 대기하고 있는 책을 쓴 작가와 책을 통해 대화하면 될 일이다. 좋건 나쁘건 나를 외롭게 하지 않으니까, 더군다나 왜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다하면 다들 유익하겠구나 생각하니까. 그냥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
어느 날은 그녀가 남자친구와 싸웠는지 프로필사진과 프로필 상태명이 바뀌어 있다. 사람과 사람의 일은 정말 모르겠다. 그녀와 나의 일도 모르겠다. 오롯이 관심 있는 건 다음으로 읽을 책이 1q84였으면 좋겠다는 정도다.
그녀에게 허비했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내일은 2배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거울을 보며 내가 여자였어도 나랑은 연락하지 않겠다’ 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 멋진 몸뚱이에 더 멋진 생각을 집어넣을 생각을 한다. 처음엔 이게 뭐하는 짓 일까나 생각해보지만, 서른이 돼서야 깨닫는 부분이 있다. 내가 행하면서도 의심했던 행동들이 훨씬 유익했던 것 이었구나 나를 칭찬한다.
너무 좌절에 구렁텅이에 들어가려 하지말자, 어떻게 살아가건 그저 인생의 일부분이니 달게 받아들이기를.
6. 죄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몇 개를 훔친다던가, 갖고 오지 못한 준비물을 친구에게서 뺏는다던가 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 사랑의 방법을 몰라 좋아하는 이성에게 상처를 준다던가, 친한 친구에게 질투심을 느껴 모질게 대했던 일. 피해를 입은 상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야하는 나에게 조차도 미안한 일. 성숙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죄를 짓지 않게 된다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알고 있다.
간혹 내 자신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할 때가 있다. 누군가 피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사는 게 뭐 어때? 하고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다시 내게 돌아올지도 모른 채. 그 당시에는 모른다. 얼마나 아프게 내게 돌아올지를.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걸어온 길을 다지고 다져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준 아픔을 다른 누군가로부터 내가 받게 된다면, 그리고 과거의 내 행동을 생각하고 후회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때다. 그러니 나를 포함하여 누구도 상처주지를 말자. 나를 위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린행동이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
행복은 서로가 주고받을 때 행복한 것이다. 그것이 세 명이든 네 명이든 모두가 행복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다. 누구 하나 소외되어진다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변질 시킨 것이다.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보다 누구하나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우선 했다면, 내가 지금 받을 행복이 더 컸을 것이었다고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반성 하고 싶다. 누구 보다 성숙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를. 후회한다. 이기적으로 살아오면서 그것이 기만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나를. 나를 위한 것은 좋은 것이 아닌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기적인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내게 향할 칼임을 알도록 하자. 모든 부분에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