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그리고 해외
3. 총
딱 처음 총이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단순한 단어지만 많고 깊은 뜻을 품은 단어다. 이 단어 ‘총’은. 분단국가로서 k2 소총을 써보지 않은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백발백중하는 명사수, 그리고 휴가. 자연스레 군대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대학민국 사나이. 진짜 사나이 일 것이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총이란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까. 만화 속에 나오는 새총 정도로 해석하고 앵그리버드를 떠올리지 않을까? 어린아이에게 총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수학선생님에게 총은 간단 할 것 같다. 총 몇 개의 오징어가 팔렸는지 계산하시오. 총 액수를 구하시오. 내가 선생님이라면 총이란 단어를 총으로 쏴서 없애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페미니즘 여성분들이 왜 여자입장에서 총이란 단어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 건가요? 라고 묻기 전에, 여자입장에서 총을 생각해보자. 여자가 총을 분단국가로서 총기로, 앵그리버드를 공격하기 위한 새총으로, 방금 이용한 레스토랑 가격이 얼마인지 총액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어딘가에 나와 남녀노소 다 읽는 글이 아니기를 빌면서, 내 생각에 여자가 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각할 것은 한정적이라고 밖에 말을 못할 것 같다.
다소 매콤한 맛이겠지만, 물총이 아닐까? 여자는 24시간 남자에게 어떻게 해야 잘 보일지를 생각하는 단순한 생물이다. 그렇기에 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남자가 갖고 있는 유일한 총을 생각 할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이 갖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을 갖으며, 욕심이 끝이 없다. 이런 글을 쓸수록 여자를 갖지도 못한 남자가 쓰는 글 수준이 이렇네?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미로만 봐주기를 바란다. 그냥...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총에 관한 글이지만 총과 관련 없이 최근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사람마다 갖고 있는 그릇이 다 다르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그 사람을 내 그릇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이 사랑을 품는 것이 이런 원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나는 내 그릇보다 큰 그릇들을 내 그릇에 담으려 하지 그릇이 항상 깨져버리고 만 것일지도 모른다. 내 그릇은 엄청 큰 그릇이야 하고 자기 최면을 해도 소용없다, 정해진 그 그릇은 결국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내 그릇에 최대한 맞는 여인을 담는 것, 그것이 사랑이기를.
4. 해외
하와이 야자수 나무 밑에서 보는 노을의 경치란,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다울 것이다. 손에는 코코넛에 뚜껑을 드러내어 얼음과 각종 달달한 건더기를 넣은 음료를 들고 있다. 사라지는 노을은 내게 가디건을 입힌다. 여행을 왔으니 한껏 폼 내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차오른다. 비행기에서부터 4성급 호텔까지 같이 온 여성들을 만난다. 한번쯤 말을 걸고 합석하여 평탄했던 인생을 평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포장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내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로 우리의 이야기를 채운다. 해외에서나 국내에서 똑같은 패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흥에 겨워 서로의 벽을 쉽게 허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만큼은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횟수가 많아진다. 긴장을 늦추고, 마음을 비우며 서로를 받아들인다. 이것은 단연 이 나라 문화일 것이라며, 캐나다에서 대마초가 합법인 것을 괜스레 떠올린다.
다음 날이라고 다를 것 없이, 상쾌한 바닷바람과 함께 오늘은 정말 관광이야 하고 떠들어댄다. 갖고 온 카메라 속에 푸르고 아름다운 배경들로 채워 넣는다.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도 구매한다. 하와이의 화산모양을 한 열쇠고리 여러 개 사서 나눠주면 된다. 이상한 짓거리를 해도 친구들에게 의심받지 않을 효율적인 방법은 다양한 색감의 사진과 기념품정도라면 싸게 먹히지 않는가. 더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사탕 몇 개 주면 될 것이다.
오히려 한번은 나는 이렇게 잘 노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준 커피스푼이 이상하게도 이성의 관심을 산 적이 있다. 가볍게 준 선물이 다른 무게로 돌아오니 느낌이 묘했고, 그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여성에게 인기 많을 시기가 어쩌다 한번쯤은 모든 사람에게 오는 것 같다. 이 기회를 날려버리지 말자.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