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자라고 불리우는 감옥에서 슬피읊어지는 라디오.
'MINOR A D.O
1. 여자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만큼 멋진 일이 없다? 한 여자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꽤 듣기 좋은 말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상황설정은 머릿속으로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생각한다. 천생연분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이 생각은 이제 그만두려한다. 내 나이 26에 이런 것은 미련한 생각이리라. 좋아하는 작가가 말했다. 열여섯에서 스물한 살까지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사랑을 하기 좋은 나이라고. 또 말했다. 젊을 때 많은 연애를 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우스운 소리지만 이글을 쓰면서 내가 했던 비참한 사랑을 들려주려고 한다. 잠깐만 시작부터 장난질이야? 너 사랑해본 적 없다면서. 맞다. 사랑 아닌 사랑. 비참한 짝사랑과 망상연애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미련한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끝까지 읽어주길 바라며 나와 같은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들도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내 독자와 나의 유대감을 갖고 싶기도 하니까 말이지. 벌써 미련한가?
독일로 유학 간 여자아이를 8개월간 기다렸다가, 기다려달라는 말만 몇 번이나 들은 채 혼자 망상을 품은 나를 생각해보자. 당연 나는 ‘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네가 왔을 때 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고 말하면서 행복한 상상을 펼친 적이 있다. 그녀 또한 맞장구를 쳐준다. 아 지금은 2020년으로 편지로 대화를 하는 게 아닌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문자만으로 없던 감정이 생기며 얼마나 뛰어 날아갈지 모르는 내 미래를 위해 도움닫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오매불망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녀가 유학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왔을 때 발생한다. 앞선 내용과 바로 앞 문장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이 무엇인지 나는 맞출 수 있다. 남자가 너무 질척거리는데 그 여자 분명 다른 남자가 생긴 거 아니야? 라고 말이지. 맞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가 생겼고, 그녀로부터 남자친구가 생겼다. 정말 부끄럽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미 익숙해질 데로 익숙해진 상태이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염두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사람인지라 씁쓸했다.
나 자신을 탓 해야겠지만, 여자로부터 ‘ 같이 여행가자 ’ 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아, 이 여자가 나를 좋아 하는구나’ 느끼지 않을까? 이 날도 여전히 매력 없는 나를 탓하며 아픈 가슴을 위로한다.
2. 달게 받는 다는 것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내게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뭐 그들 대부분은 이미 주변으로부터 평판은 좋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바보같이 듣고만 있으면 언제까지고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할 것이 분명했기에, ‘ 달게 받겠습니다 ’ 라는 말을 사용했더니. 비논리적인 말로 불같이 화냈다. 그들의 말을 잘 듣겠다는 건데 왜 더 열을 내는 진 모르겠지만. 달게 받겠다는 말이 내겐 달지만 상대방에겐 달지 않은 듯 했다.
사실 이 말을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겠는가. 나 자신도 이 사람에게 미련이 없으니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존경하는 인물이 나를 지적하고 쓴 소리를 한다면, 굳건한 표정으로 ‘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음엔 더 잘하는 모습 보이겠습니다. ’ 라고 대답을 하면서, 실제로 그와 나의 유대는 깊어진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가 있고, 누군가를 크게 시기하지 않기에 남에게 쓴 소리를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궁금해서 어느 날은 ‘ 달게 받겠습니다 ’ 라고 그냥 해봤다. 잠깐 생각하더니,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래 달게 받거라’ 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역시 마음의 여유가 없고 마음이 모난 사람이 속도 좁고 못생겼다. 못생겼다고 하는 것은 그냥 내 나름의 반격이다.